숨어 우는 작은 새
숨어 우는 작은 새였습니다
웅크린 자리는 둥지 구석진 곳
다른 새들의 소리에 목소리는 묻혔고
겨우 버티어내었습니다
모두들 떠난 후에도 혼자 남아있었습니다
둥지를 나와 가지 끝에 앉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타고난 느림을 어쩌지 못하고 서서히 날개를 퍼덕입니다
더 이상의 주저함은 필요치 않습니다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날았습니다
느렸지만 더 많은 연습을 했고
멀리 날 수 있는 힘을 비축했습니다
하늘 위에서 세상을 봅니다
저 밑이 나의 세상이었는데
바람 같은 시간 안에 어디쯤 왔을까
모든 것은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는 것
지나가는 것에 속해있음을 알지만
뒤에 오는 바람에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이곳에 향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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