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 2

너머

너머 - 임금희 - 잡을 수 없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 너머에 숨어있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이 보인다. 아파트에 막혀서 조금만 보이지만 도시에서 보는 귀중한 산이다. 막연한 생각과 이상을 심어주는 산이다. 저 산 너머는 어떤 모습이며 누가 살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머에는 있다. 또 서향집이다 보니 매일 넘어가는 해를 본다. 해는 도시의 아파트 위에서 두루 비추다가 저녁때가 되면 산 너머로 꼬박꼬박 넘어간다. 너머는 해를 가두고 낮을 가둔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언덕 너머에 있었다. 읍내에서 신작로를 따라 한참 가다가 에움길을 돌아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동네가 보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집들이 좋았다. 헐떡거리며 고개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아래를 바라보면 연기처럼 꿈이 피어올랐다..

마당안의 아이

마당안의 아이 - 임금희 - 기억이란 신비스럽다. 기억 저 편으로 실을 드리워 살살 잡아당기면 실은 끊어질듯 말듯이 당겨온다.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를…. 마치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물을 긷듯이 아득한 기억을 퍼 올린다. 한낮 뙤약볕에 반짝이는 마당이 있다. 나 어릴 적 우리 가족은 경북 영천에서 살았다. 기와집에 툇마루가 있고 댓돌 아래 서너 계단 내려가서 넒은 마당이 있고 끄트머리에 대문이 있다. 언니는 서울 외가에서 학교를 다녔고 동생들과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나의 아픔이 녹아있는 영천 집은 몽환적인 기억의 조각들이 스며있으며 구름에 가려진 듯 아련하기만 하다. 전생의 느낌과 하늘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어머니가 ‘엎드려!’ 하면 자동적으로 엎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