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쟈스민 수필 14

고독한 섬

독도탐방 체류기 고독한 섬 임금희 눈이 가려지고 의식을 잃었다. 여기가 어딘가. 얼마 만에 깨어난 것인지…. 옷은 초록색 운동복으로 갈아입혀져 있다. 게임참가가 바로 실행되는 것인가. 방송이 들린다. 모두 나와서 모이라는 안내방송에 사람들을 따라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헉! 배 안이다. 커다란 운동장 같은 선상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징어게임이 시작된다.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 게임에 지면 저 깊은 바다로 빠뜨릴지도 모른다. 오징어가 넘실거리는…. 크루즈를 타고 배 선상으로 올라왔을 때 헬리콥터 착륙장소가 운동장 같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던 그 장소와 흡사했다. 저절로 상상속으로 빠져들었다. 오징어게임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생각되었으니 꽤나 그 드라마가 인..

짝의 책보

https://blog.naver.com/prin789/222689510207 오늘의 수필감상 194 ▶ 임금희 수필가 ⇒ 《달콤한 절망 첫사랑》 ⇔ 〈짝의 책보〉 ♥ 오늘의 수필감상은 리더스에세이문학회 2021 테마에세이의 《달콤한 절망 첫사랑》에 수록된 임금희 수... blog.naver.com 짝의 책보 임금희 베보자기로 곱게 싼 선물이 토속적이다. 아래층 아줌마가 양갱이 많이 들어왔다고 나눠먹고 싶은 마음에 가져왔단다.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 눈을 떼지 못하고 펼치지도 못하고 그 베보자기만 한참을 바라보았다. 향토색이 짙은 베보자기를 어떻게 쓸 생각을 했을까.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몰랐을 게다. 누런 삼베보자기를 보면 어린 시절 짝꿍의 책보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언제나..

너머

너머 - 임금희 - 잡을 수 없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 너머에 숨어있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이 보인다. 아파트에 막혀서 조금만 보이지만 도시에서 보는 귀중한 산이다. 막연한 생각과 이상을 심어주는 산이다. 저 산 너머는 어떤 모습이며 누가 살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머에는 있다. 또 서향집이다 보니 매일 넘어가는 해를 본다. 해는 도시의 아파트 위에서 두루 비추다가 저녁때가 되면 산 너머로 꼬박꼬박 넘어간다. 너머는 해를 가두고 낮을 가둔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언덕 너머에 있었다. 읍내에서 신작로를 따라 한참 가다가 에움길을 돌아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동네가 보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집들이 좋았다. 헐떡거리며 고개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아래를 바라보면 연기처럼 꿈이 피어올랐다..

마당안의 아이

마당안의 아이 - 임금희 - 기억이란 신비스럽다. 기억 저 편으로 실을 드리워 살살 잡아당기면 실은 끊어질듯 말듯이 당겨온다.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를…. 마치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물을 긷듯이 아득한 기억을 퍼 올린다. 한낮 뙤약볕에 반짝이는 마당이 있다. 나 어릴 적 우리 가족은 경북 영천에서 살았다. 기와집에 툇마루가 있고 댓돌 아래 서너 계단 내려가서 넒은 마당이 있고 끄트머리에 대문이 있다. 언니는 서울 외가에서 학교를 다녔고 동생들과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나의 아픔이 녹아있는 영천 집은 몽환적인 기억의 조각들이 스며있으며 구름에 가려진 듯 아련하기만 하다. 전생의 느낌과 하늘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어머니가 ‘엎드려!’ 하면 자동적으로 엎드려..

청양의 해 하늘을 보다

청양의 해 하늘을 보다 ​ 임 금 희 ​청마를 떠나보내고 양의 해를 맞이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지나간 다음에 되짚어보게 된다. 이맘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하나의 의식처럼 되어 버렸다. 밖을 나오니 차가운 밤공기가 싸하니 몰려오면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도시의 밤은 별보다 불빛이 휘황하지만 짙푸른 겨울 하늘 멀리 별들이 보인다. 소름처럼 돋는 별들 가운데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들이 있다. 그런 별들의 존재처럼 뛰어난 사람도 부럽지만 여기까지 온 지금의 나 자신도 대견하다. 나는 어떤 존재로 지난해를 보냈을까. 주부의 위치에서 가족들을 챙기고 조용히 글을 쓰며 만족하며 살았던가. ​ 얼마 전 명동성당을 갔다. 을미년 새해를 나름 뜻있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전에는 가족이 다 같이 정동진에서 일출을 ..

변신을 꿈꾸다

변신을 꿈꾸다​ ​ ​ - 임 금 희 - ​ ​ 집으로 들어오는 작은애의 몸에서 서늘하고 눅눅한 나무냄새가 난다. 지구과학이 전공인 작은애는 지층을 탐사하고 암석을 조사하러 산으로 들로 야외실습을 간다. 모자도 벗지 않은 채로 커다란 배낭을 내려놓더니 부스럭거리며 그 안에서 대봉 한 개를 꺼내놓았다. 남쪽지방 산기슭에서 수백 킬로를 달려온 대봉 한 개가 식탁위에 놓였다. 고고해 보이는 폼이 예사로운 감이 아니다. 태어난 나무에서 독립하고 낯선 곳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인데도 사뭇 당당해 보인다. 코끝을 세우고 도도한 모습으로 식탁위의 대봉은 크기를 자랑하며 고개를 들고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둘러보는 듯 보인다. 대봉 하나에 마음을 빼앗겨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아이도 이 대봉을 처음 보았을 때 눈을 사로..

하얀 연등

하얀 연등 앞마당 위로 하얀 연등이 그득하다. 압도할 것 같은 길상사의 육중한 문을 들어서니 흡사 무릉도원이다. 눈을 떼지 못하고 천천히 걸었다. 하얀 연등이 아름다운 영혼의 분신처럼 달려있다. 진도 앞바다 여객선 사고로 숨진 학생들이 생각나 걸음을 멈췄다. 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바다밑바닥에 잠겨있는데 마치 유체 이탈한 혼과도 같이 하늘위에서 내려다본다. 얼마나 많은 염원을 담고 저 하늘높이 달렸을까. 이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해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등은 하늘을 메웠다. 알록달록하고 오색찬란한 색과 흰색의 연등까지 빼곡하게 달려있는데 눈은 자꾸 하얀 연등을 해바라기하고 있으니……. 부처님 오신 날을 몇 주 앞두고 절은 부산스러움이 있지만 내면은 차분한 느낌이다. 고즈넉하고 달뜬 분위기가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