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poem

콩나물의 물음표

나일강의백합 2014. 3. 21. 12:30

 

 

콩나물의 물음표

                                                            김승희(1952~  )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동안               

밑 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 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 나오는 노오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 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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