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이슬비 - 임금희 - 어스름 저녁 이슬비가 내린다고개 드니 눈이 깜박얼굴이 자릿자릿 가는 빗줄기 사르르 흐른다 입안에서 깨무는 별사탕이 달콤한 향기를 머금고아작 터지듯 상큼하고보일듯 말듯스멀스멀한 촉감이 입술을 간지르고하늘의 소식 톡톡 떨어지며모호한 감각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My story/poem 2015.10.08
추분 추분 쌀쌀한 가을 한낮의 따가운 햇볕사이로 하천은 덤불이 무성하다 나무는 아직 따스함을 보내고 더러는 잎을 떨구기도 했지만 반짝이는 초록 사이로 알록달록하다 갈대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서 있다 싱싱하니 설익은 청춘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머지않아 허리는 굽고 백발이 되어 .. My story/poem 2015.10.08
가족 가족 강대환 사랑의 울타리 만들어 거센 비바람 몸소 막아내고 행복의 꽃 찬란하게 피어 있는 곳 까르르 까르르 꽃들이 웃는다 이토록 세상살이 힘들다 말들 해도 층층돌담 가시밭길 맨발로 가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고통을 웃음으로 참아내며 아버지의 그늘진 모습 축 .. My story/poem 2015.01.16
전북 천호성지에서 만난 글 해지는 곳과 해뜨는 곳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마세요.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고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당신이 숨죽은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없는 새이며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 해지는 곳에서 어느 인디언 - 어제와 이제가 만나는 곳 사랑하는 그대여 .. My story/poem 2014.06.12
이견(異見) 이견(異見) 임 금 희 너는 누구니 그러는 너는 누구니 너와 나 마주보고 응시한다 별에서 날아온 것같이 달에서 내려온 것같이 뜨악하게 바라본다 너의 눈에 내가 있고 나의 눈에 네가 들었으니 일치감을 찾아보자꾸나 (지필문학6월호 수록작) My story/poem 2014.05.27
콩나물의 물음표 콩나물의 물음표 김승희(1952~ )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동안 밑 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 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하나씩 금빛으.. My story/poem 2014.03.21
독수리 오형제 독수리 오형제 -권혁웅- 0. 기지 (基地) 정복이네는 우리 집보다 해발 30미터가 더 높은 곳에 살았다 조그만 둥지에서 4남1녀가 엄마와 눈 없는 곰들과 살았다 곰들에게 눈알을 붙여주면서 바글바글 살았다 가끔 수금하러 아버지가 다녀갔다 1. 독수리 큰형이 눈뜬 곰들을 다 잡아 먹었다 혼.. My story/poem 2014.02.11
꿈 꿈 어젯밤 생판모르는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왔어요 물을 따르고 빵을 잘라 가지고 갔지요 노숙자 같은 그 사람이 못마땅했어요 그는 누구고 왜 우리 집에 들어왔을까요 그대는 언제나 두서가 없어요 가끔은 두렵게도 다가오지요 그대 때문에 자는 둥 마는 둥 했는데 기억이 몽땅 지워지.. My story/poem 2014.02.07
입동 입동 임금희 소금 같은 눈이 온다. 쌀알 같이 보이는 싸락눈이다. 얼굴에 차갑게 부딪치고 땅에 떼구루루 굴러다닌다. 이 계절 처음 맞는 눈이 매섭다.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돌개바람 같이 몰아친다. 우산살이 부러져 접어버렸다. 머리에 후드를 덮어쓰고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의 균형을 .. My story/poem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