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프로그램
화창한 봄날
사무실의 이방인으로
아직도 추운듯 검은 자켓을 입고
시간을 죽이는 처지로 전락하여 서류를 뒤적이고 있다.
시간을 살리는 방법을
온 머리로 쥐어짜내고 있다.
그들은 당면한 문제를 의논하고
점심먹을 메뉴를 고르며 낄낄거린다.
투명인간은 알아서 출근하고
점심도 혼자서 대충 때우며 도약을 위해 웅크린다.
개천에서 용나고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될 수 있을까
이 암울한 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
나락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자살율 최고인 기업
주주의 배당도 최고다.
또 한명의 아빠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