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poem

정리해고프로그램

나일강의백합 2012. 9. 3. 14:59

 

    

   정리해고 프로그램

 

  화창한 봄날

  사무실의 이방인으로

  아직도 추운듯 검은 자켓을 입고

  시간을 죽이는 처지로 전락하여 서류를 뒤적이고 있다.

  시간을 살리는 방법을

  온 머리로 쥐어짜내고 있다.

 

  그들은 당면한 문제를 의논하고

  점심먹을 메뉴를 고르며 낄낄거린다.

  투명인간은 알아서 출근하고

  점심도 혼자서 대충 때우며 도약을 위해 웅크린다.

 

  개천에서 용나고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될 수 있을까

  이 암울한 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

  나락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자살율 최고인 기업

  주주의 배당도 최고다.

 

  또 한명의 아빠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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