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book story

생각의 궤적

나일강의백합 2014. 2. 8. 08:19

 

 시오노 나나미를 들여다보다

(생각의 궤적을 읽고)

 

                                                       임 금 희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50년에 이르는 집필 활동 기간 내내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한 대작을 수도 없이 세상에 내놓았고 지금도 여전히 집필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십대의 동양인 여자가 혼자 몸으로 자신의 꿈을 좇아 유럽을 유랑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1960년대 일본은 다른 세계의 문화를 엿볼 여유가 없었을 텐데 그녀는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처음 디딘 로마의 가을에 매료되어 발이 묶인 채 1년 계획한 여행이 40년 넘는 거주가 되고 말았다.

그녀가 인간으로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어떤 취향의 옷과 먹거리를 즐기고, 휴가철에는 어떻게 지내고, 하나의 작품을 낳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관심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른바 작품의 이면에 있을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그녀의 에세이 「생각의 궤적」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된다.

 

「안녕! 지중해」로 저자는 글의 서두를 열었다. 5편정도 읽어 내려가다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로마인이야기에서 느꼈던 그의 글의 쫀득쫀득한 맛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장아찌를 씹는 것 같은 맛깔스러운 그녀의 필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는 방대한 글을 읽는 데 빠져서 또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나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지금 이 에세이를 읽어 내려가니 이제야 내가 느꼈던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녀의 필체를 끄집어 낼 표현이 마땅찮았는데 맛에 비교하니 어울리는 느낌이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티베리우스 황제의 초상」에 와서는 완전 심취하여 읽다가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로마인이야기의 후편이 나오고 있었다. 로마인이야기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빠졌다면 생각의 궤적에서는 티베리우스에 빠지게 만드는 작가의 매력에 탄복해 마지않게 된다. 작가는 카이사르를 표현할 때 그의 흔적을 찾고 역사와 전기를 훑으면서 정보와 병행해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티베리우스도 마찬가지다. 그의 행적과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역하다.

소제목인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서는 마키아벨리를 비롯하여 영화를 본 느낌이나 영화감독들과의 대화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착각에 빠져들어서 내 귀에 대고 톡톡 튀고 또박또박 자신감 있게 명확한 발음으로 들려주는 것 같아서 순간 놀랄 때가 있다.

이 생각의 궤적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러다가 이탈리아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반짝이고 얼굴이 빛나면서 말하는 것 같은 묘한 딜레마에 빠져든다.

그렇지만 저자는 일본인이다. 한국인이 보는 일본인의 시각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노부나가의 악마적 매력」에서 쓴 글은 반감이 들었다. -일본의 작가들은 아무래도 악에 대해 쓰기를 꺼리는 듯하다. 일본 역사에 위대한 악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일본인 자체가 악인과 맞지 않는 기질을 갖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

다른 그의 저서에서는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었는데 에세이다보니 이 책에서는 나타나는 것 같다. 저자의 주장대로 일본인은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도로 삼가고 실수 안하려고 조심하고 예의바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 잔혹함이 내재해있는 민족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면 저자는 주관적인 같은 일본인으로서의 생각으로 판단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는 치밀한 악인(왕비살해)의 잔인함과 전쟁을 일으키는 무모함과 관동대지진때 한국인을 학살하는 잔혹함을 감추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는데 그녀는 일본인에 대해서 쓴 글에서 내면의 모습을 분석적이고 철저함으로 메우고 있음에 생각의 괴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일본인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친절함 속에는 아주 깊숙이 조직적인 단결력과 함께 악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한사람이다.

 

생각의 궤적은 다른 방향으로 저자를 보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며 작가의 실로 놀라운 용기와 함께 그의 주장들과 하루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글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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