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book story

어두운 거리의 사람들

나일강의백합 2013. 4. 3. 20:40

 

  어두운 거리의 사람들 

 

 

 

 

(양태자;중세의 뒷골목 풍경을 읽고)

                                                                                                              임 금 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힘겨운 사람들의 인생이 책 안에 있다. 중세유럽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중세의 자료를 읽기 시작하다가 차츰 중세 유럽 비주류 인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서점, 헌 책방, 나중에는 벼룩시장을 다니며 희귀한 자료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으며 절판된 자료가 있을 때는 저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서 책을 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가 약 600권이 되었을 때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세유럽은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데로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암흑기다. 참으로 살기 힘든 시대였다.

  서기 500년~1500년까지 그 천 년간 그리스도교가 사람들의 삶, 문화, 정치 모든 분야를 지배했다.

  마녀로 5만~6만 명 이상의 여인들이 화형당하거나 물에 빠져 죽었다. 저자는 중세시대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 유랑 악사들의 삶의 방식과 암호 전달자로서 수많은 은어를 만들며 그것으로 소통했던 유랑인들, 거지, 사형집행인, 유대인들에 대해서 저술했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해서 또 종교와 정치에 관해서도 다뤘다.

  불명예스러운 직업을 가진 사형집행인은 다행히 빵 걱정 없이 살았는데 최하층 천민에 속해서 거주지와 다니는 곳이 제한됐다. 그 당시 사형집행은 수시로 열렸고 축제처럼 유별난 구경거리였다. 문제는 사형자의 목을 단칼에 쳐내야하는데 제대로 못하면 쫓겨나거나 되레 몽둥이로 맞아죽었다.

 

  권력자들은 사람목숨을 파리 죽이듯 하고 거지와 유랑인들이 시궁창 같은 거리에서 빵을 구걸하며 살았다. 불결한 환경으로 페스트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서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다. 왕족과 귀족은 악한 행동을 한 치의 양심도 없이 행하고 며느리가 신분이 낮다고 마녀로 몰아 물에 빠트려 죽이면서 시아버지는 거리낌이 없다.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보니 교회의 판단으로 성녀가 되기도 하고 마녀가 되기도 했다. 종교지도자들의 악행과 부패가 만연했다. 그들은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고 아이들까지 동원하여 희생시켰다.

  교황 요한8세는 여자였다고 한다. 근엄한 행렬 중에 갑작스런 통증으로 말에서 떨어져 조산아를 낳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녀는 818년 수도자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무척 뛰어났지만 여성이 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총명함을 갖추어도 남성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머리를 자르고 천으로 가슴을 묶어 평평하게 만든 후 남장을 하고 남성으로 살았다. 수도원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뛰어난 의술로 인정을 받고 유명세를 타서 교황까지 올랐지만 여러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다가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 후 교황청에서는 교황의 의자가 생겨나서 교황 당선자는 남성을 검증 받는 절차가 생겨났다고 한다.

가톨릭의 부패로 신교도가 생겨나면서 프랑스에서만도 8번의 종교전쟁이 있었다. 가톨릭의 만행은 잔인했다. 혼인을 통해서 신구교도간의 평화를 이루어보자고 하고서는 신교도 대학살을 자행했다. 신랑 앙리4세를 포함해서 결혼식장에 모인 신교도 3000명을 몰살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여자로서 그 시대에 안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였다. 아마 그때 태어났더라면 여인중의 반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또 마녀라는 죄목으로 불에 태워 죽었을 것이다. 단1%만이 귀족같이 살았을까? 귀족도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언제 어느 때 정적에게 당할지 모르는 시대였다.

  어두운 과거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이 얼마나 살맛나는 세상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다. 가끔 그것을 잊고 살기도 하지만 인간답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곳에 산다는 건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운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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