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book story

미학 오디세이

나일강의백합 2013. 7. 3. 20:14

 

                             미학이란 무엇인가

- 피라네시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 -

 

                                                                                                                     임 금 희

 

 

  「미학 오디세이」를 처음 접했을 때 미학보다는 오디세이가 먼저 다가왔다. 아마도 미학이 먼저 다가오게끔 하는 제목이었다면 이 책의 인지도와 독자의 흥미도는 반감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끄는 탁월한 발상이 느껴졌다.

  美學이란 자연, 인생이나 예술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미학에 관하여 저자의 지식과 나름의 판단을 이야기나 대화식으로 재해석하면서 풀어나가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엄청난 연구와 능력이 요구됨을 느끼고 저자의 독창성과 피땀 어린 노력이 배어있어 읽는 내내 겸허한 마음으로 읽었다.

 

미학 오디세이는 3권으로 되어있다. 최종판은 탈근대의 미학을 소개하는 세 번째 책이다. 벤야민, 하이데거, 아도르노 등의 독일 사상가, 그리고 푸코 들뢰즈, 료타르 등 최근에 탈근대의 관점에서 새로운 미학을 전개하고 있는 프랑스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이로써 <미학 오디세이>는 내용적으로도 완결되는 셈이라 했다. 삽입된 대화편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에 디오게네스가 들어가면서 근대적 합리주의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탈근대의 사유를 상징하게 된다. 세 철학가의 대화체의 설명은 흥미진진하고 알기 쉽게 풀이하려고 노력한 것이 엿보였으나 책은 정말 어려웠다.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이해의 한계도 느꼈지만 집중적으로 한 가지에 대해서 저자의 설명과 풀이를 제시하면서 나의 생각과 느낌도 말하고자 한다.

  책 곳곳에 삽입된 피라네시의 판화는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했다. 어떤 것들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과 도깨비들이 관리하는 지하 금고를 떠오르게 한다. 유럽의 예술은 상상을 현실화시키면서 과거와 현재가 또는 다가올 미래의 어떤 것들이 여기저기 녹아있고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그런 이상야릇한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은 시뮬라크르를 모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생소한 단어를 글을 시작하는 첫머리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체 글에서 복제의 복제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두에 시뮬라크르를 단순하게 풀이하고 서서히 심도있게 설명하다가 책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핵심을 찍어서 정확하게 다루고 있다.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장자의 꿈을 비유로 들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보르헤스의 원형의 폐허와 팬텀과 매트릭스를 비교하면서 풀이하고 있다. 시뮬라크르는 이 세계를 이루는 재료이며, 시뮬라시옹이란 그 재료로 세계를 구성하는 활판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나또한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그것이 짜여진 반복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너무나 큰 실망과 허무를 느꼈었다. 또한 미국은 처음 유럽의 복제에서 시작됐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귄터 안더스는 텔레비전으로 전송되는 복제영상을 팬텀이라 했다. 그것은 가상도 아니고 실재도 아닌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이는 실시간 중계를 할 때 뚜렷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9.11 테러 때 우리는 쌍둥이 빌딩이 불타는 것을 CNN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그 거대한 빌딩이 방안에 들어와 있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에 쌍둥이 빌딩은 정말로 불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동시에 ‘실재’다.

우리의 세계는 점점 더 가상도 실재로 아닌 이 팬텀이 되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피라네시가 본 폐허의 환상은 그저 허구가 아니라 어쩌면 정말로 존재하는 이 세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세계의 무상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세계 자체가 시뮬라크르라는 진리가 문득 우리에게 열릴 때, 우리는 전율과 함께 숭고의 체험을 하게 된다.

 

  그 말이 두렵게 느껴진다. 책을 덮었는데도 피라네시의 음침하고 미로같이 복잡 미묘한 판화가 머릿속에서 어른거리고 혼돈스럽다.

사실 그런 맥락으로 인간을 두고 본다면 인간의 삶의 방식도 복제의 창조인지도 모른다. 태어나고 배우고 결혼하고 죽고……. 사람 개개인은 선조가 이어온 생활을 답습하면서 문화를 이루고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지만 기본 틀은 바뀌지 않는다.

  누구누구의 유전자로 태어나는 것이 창조일 수도 있고 복제일 수도 있으니 양면성의 진리를 어찌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 미학오디세이3을 읽고 - (진중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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