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강남수요수필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결혼

나일강의백합 2015. 6. 8. 08:40

 

문학관 국토 순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결혼

 

주관 : 권남희 수필교실, 리더스에세이문학회

주최 : MBC아카데미 롯데 강남 수요수필 낭독행사

일시 : 2015년 5월 27일 (수) 오전 10시

장소 : 용인 장욱진 고택 

 

 

장욱진 고택 집운헌에서의 낭독행사

고택의 별채인 집운헌은 그림마을 샵이 있으며   대추차가 맛있는 전통찻집이기도입니다.

집운헌(구름이 모여있는 추녀)현판은  이가원선생님의 글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푸르러지는 화창한 오월

결혼에 관한 주제로 수필가들이 모였습니다.

 

 

-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

 

작년 광화문 교황님 오신 그 자리에서도 옆 현수막에 걸려있는 이 싯귀를 보았었지요.

아스라이 잊혀져 가는 것을 붙잡은 느낌이 들었던 가슴 뭉클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문곡 이상욱 서예가님^*^   귀한 부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글들이 도란도란 속삭이고

낭낭한 목소리들이 잔잔히 울려퍼집니다.


 

 

-   한국수필 편집주간 권남희 선생님  -

 

결혼식 주인공은 한 커플이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계획합니다.

거래만 남고 낭만이 사라진 요즘 결혼식은 사람들을 쓸쓸하게 하기에 결혼식을 다녀올 때마다

꼭 뭐가 빠진 듯한 기분입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열정적이고 뜨거운 만남과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들뜬 지구촌 동네 처녀 총각들이 북적이는 결혼식을 구상하느라 분주합니다.

                                              -  -  -  -

그곳에서의 결혼식에 참여하려면 열기구를 타야 합니다. 열기구 타다 떨어져 죽을 수

있는 위험부담도 각오해야 하기에 각서쓰기는 필수입니다. 남자도 아닌 것이, 여자도 아닌

그 이상한 인간으로 지루하게 사느니 벼락 맞을 인연으로 눈 맞아 사고 한번 치고 죽는게 나을것도 같습니다.

터키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카파도키아 동굴호텔 주변을

모두 빌려서 일주일정도 결혼식을 치를 것입니다.

여자들은 무조건 색색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남자들도 물론 새신랑 예복을 입어야겠지요.

마을 입구부터 동굴호텔 입구바닥까지 장미꽃으로 장식하여 모두 맨발로 다니게 할 것입니다.

 

                                                                                           <  만인의 결혼식 - 본문 중에서 >

 

 

 

 

-   송복련 수필가  -

 

우리는 반디불이처럼 해가 진 뒤에 만났다. 논두렁길로 들어서는 순간 개구리 울음소리가 뚝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들길.

등 뒤로 어둠에 묻힌 마을이 사각의 창으로 노랗게 불빛을 흘려보냈다. 오슬오슬한 한기를 느끼며 어둠 속에 짙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은 반짝였다.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낮에 혹 하숙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모른 척 지나쳐 우리의 만남은 감쪽같았다. 좁은 시골바닥에 얼마나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데 처녀총각 선생이 눈이 맞았다고

입소문이 나면 큰일이다. 간혹 멀리 시외버스를 타고 나갈 때도 있었다. 스파이 작전하듯 늘 조간신문에 찌라시처럼 쪽지가

배달되었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가 싶을 때도 있다. 친구들의 신랑들은 대여섯 살이나 많다보니 어느덧 머리가 허연 노인네가

되어 연하남이라고 놀리던 애들이 지금은 부러워하는 눈길을 은근히 보낸다. 나라고 왜 제비처럼 잘생긴 남자에게 끌리지

않았을까마는 그놈의 전축 때문이다. 무슨 커다란 야망이라도 품었는지 아침마다 영어 회화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영어를 능통하게 주고받는 그의 미래처럼 밝아 보였다. 거기다가 뼈가 가루가 되도록 한 몸을 바치겠다는 말에 아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숙맥처럼 믿었다.

   - - -

지금까지 디아스포라처럼 이삿짐을 열세 번 싸며 둥지를 옮겼다. 기대는 조금씩 빗나갔지만 크게 속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미리 예견된 일인지 뒤늦게 그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서울로 상경했다. 사십 년 만에 겨우 뿌리 내리려는 객지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서 이곳에다 둥지를 틀었다.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르카디아를 꿈꾸던 그때처럼 어둠 속에서 크고 작게 반짝거리는 별빛이리라.

 

                                                                                      <디아스포라의 둥지>

 

 

 

-    임금희 수필가    -

 

나는 마음으로 날아가는 화살입니다. 자물쇠를 꼭꼭 채워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같이                   

          몸으로 스며드는 사랑에 사람들은 물들어 갑니다. 어떤 사람은 태풍같이 몰아쳐 문을 다 부수고 심장을 꿰뚫으면서

 점령당해 눈을 다 멀게도 합니다. 부드러운 바람 같은 사랑에도 사람들은 가슴이 뛰고 자신을 송두리째 버리고 오로지

 상대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그의 뜻에 따라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 보이지 않는 사랑에 무릎 꿇지 않은 자 있던가.

 맺어지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둘이 만난 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예복을 갖춰 입고 나란히 서 있기까지 삼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그 둘을 보았을 때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생소한 남녀였지만 나만의 마법으로 그 둘을 묶은 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은 운이 좋았습니다. 어떤 이는 십년이 걸렸고 몇 달이 걸린 사람도 있지만 끝내는

 마음속에 시퍼런 멍만 들고 영원히 못 만나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 둘은 무엇보다도 서로를 택하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제 내가 준 몰약을 인생의 살림밑천 삼아 사랑을 퍼 올릴 것입니다. 자손에게 부모형제에게 또 이웃에게

 끊임없이 퍼주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줄 둘은 아직 모릅니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 천지인데 이루어진 사랑에 대한 보답을 몸과 마음을 다해 끝까지 해주리라 믿어봅니다.

 나는 소리 없이 날아서 꽂힙니다. 따뜻한 마음속에 들어있는 선홍의 심장은 나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사랑의 신비와 고통과 아름다움을 이슬비와도 같이 촉촉하게 또는 폭풍과도같이 격렬하게 느끼게도

 해줍니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면서 인간을 변신시킵니다. 기쁨의 충만으로 꿈속을 헤매게도 하고 슬픔 속에 가슴이

 조여드는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종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사명이 있습니다.

 

                                                             <소리없이 날아서 꽂히다 >​

 

 

 

계절의 여왕 오월은 강한 햇볕과 눈부신 글들로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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