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book story

무관심한 사회와 짐이 되기 싫어하는 사람들

나일강의백합 2013. 2. 6. 17:14

 

무관심한 사회와 짐이 되기 싫어하는 사람들

(무연사회를 읽고)

                                                                                                    임 금 희

 

 

 

  늙는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인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던가. 아니면 멀게만 느끼고 나한테만은 좀처럼 올 것 같이 않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무연사회를 읽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는 것이 어려웠는지 책장이 쉽게 넘겨지지 않았다. 우울한 현실이 책 안에 있다. NHK무연사회 프로젝트 팀이 방송으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서 발행한 거다.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사회 즉 무연(無緣)사회에 대한 실상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1인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연고도 없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뒤늦게 발견되는 사건들을 뒤따라가면서 조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내심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 일본사회는 예의바르고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 그런 몸가짐이 배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취재하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나 노숙인 들에게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되묻고 있다. 원래 ‘관계’나 ‘인연’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고 그것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책을 읽는데 딸애가 무연사회가 무슨 뜻인지 몰라 묻는다. 책의 내용을 대강 설명을 해줬더니 무척이나 두렵단다. 그래서 엄마는 오래 살아서 너희들 짐 되는 거 실컷 받아주고 너희한테도 짐이 되게 오래 살아야겠다고 하니 “좋아 우리 서로 짐 되자” 그런다. 딸만 둘 둔 나는 빈말이라도 이런 말이 듣고 싶다.

 

 

  언젠가 아주 어릴 적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돌아가신 분을 본 적이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지 않아서 주인아줌마가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문을 열어두고 동네가 시끌벅적했었다. 그때는 해가 중천에 뜬 다음에 발견되었다. 그래도 늦게 발견했다고 난리가 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시대는 흘러가버렸다.

 

 

  멀어지는 가족의 인연 때문인지 특수 청소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서 점점 늘고 있다. 가족을 대신해 유품을 정리하는 회사다. 직장(直葬)도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직접 장례준비를 하고 죽는 것이다. 인터뷰로 그 이유가 나온다. 자신의 사후 처리로 누군가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마음에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통계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2005년 16%였던 일본 남성의 평생 미혼 율이 2030년에는 거의 30%로 3명중 1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이 책은 타인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 사회가 확산되는 지금,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적어도 사람 그리고 생명을 염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끝을 맺었다.

 

  사실 우리나라도 심각한 문제다. 1인 가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50세가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서울의 미혼인구는 최근 7배 늘어나 1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했다. 심심찮게 한참 방치됐다가 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혼자 아프고 혼자 죽음으로 가야하는 고통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몇 번 더 읽어야 되는데 손이 뻗쳐지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고픈 진실이 그 안에 있다. 노인이 되어서 혼자 살게 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또 그 문제에 자유로울 수가 있는지 정말 의구심이 든다. 일본과 한국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지만 자신할 수는 없다. 인생 100세 시대라 하는데 부부가 같이 살다가 누군가는 먼저 떠나야 할 거고 또 미혼인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니 점점 무연사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는 혼자 남겨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도 자녀가 같이 산다는 보장은 거의 없다. 그저 외롭지 않기를 또 오래 아프지 않고 편안한 죽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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