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book story

새 (허창옥 수필집)

나일강의백합 2015. 10. 2. 22:18

 

 

구름 많고 오후 한때 소나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툭! 툭! 마른 땅위에 물꽃을 터뜨린다. 천둥소리가 크다. 섬광이 하늘을 찢는다. 비가 쏟아진다.

강둑에 서서 새들을 보고 있었다. 우산이 없다. 낭패다. 백로는 긴 다리로 선 채 날개를 털어내고 오리는 무심한듯 유영한다.

새들은 초연하다.

옷이젖고 몸이 젖는다. 자박자박 물 밟히는 소리가 난다. 마음까지 물기로 가득 찰 만큼 비를 맞는다.

그랬다. 하늘이 낮았다. 일기예보-구름많고 오후 한때 소나기-도 있었다. 외출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아니 우산을 가져나왔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으니 뛰기라도 해야 하는데 다만 고개 숙인다.

"비를 맞겠습니다. 그냥 비를 맞겠습니다. "

둑길을 버리고 다리를 건너며 생각한다. 한때, 한때라 했다. 소나기 속엔 이미 '갬 또는 맑게 갬'이 내포되어있다.

 

                                                                                    -   본문 중에서 -

 

 

'My story > book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어우는 작은 새  (0) 2015.10.08
기억속에 흐르는 사람아 (청산 강대환)  (0) 2015.10.02
다다이즘  (0) 2015.07.11
文, 내가 품은 것들  (0) 2015.03.02
행복의 샘 부엌  (0) 201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