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쟈스민 수필

너머

나일강의백합 2021. 6. 4. 12:31

너머

                                                             - 임금희 -

 

 

잡을 수 없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 너머에 숨어있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이 보인다. 아파트에 막혀서 조금만 보이지만 도시에서 보는 귀중한 산이다. 막연한 생각과 이상을 심어주는 산이다. 저 산 너머는 어떤 모습이며 누가 살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머에는 있다. 또 서향집이다 보니 매일 넘어가는 해를 본다. 해는 도시의 아파트 위에서 두루 비추다가 저녁때가 되면 산 너머로 꼬박꼬박 넘어간다. 너머는 해를 가두고 낮을 가둔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언덕 너머에 있었다. 읍내에서 신작로를 따라 한참 가다가 에움길을 돌아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동네가 보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집들이 좋았다. 헐떡거리며 고개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아래를 바라보면 연기처럼 꿈이 피어올랐다.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그리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고개를 오를 때 우리 동네와 집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신나게 발을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 익숙한 모습과 우리를 기다리며 저녁 짓는 따스한 공기가 그곳에는 있었다.

 

너머는 담, 고개, 무지개같이 높은 것의 저쪽을 뜻하며 현실 또는 의식 따위의 추상적 영역을 초월한 지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게 너머는 이상理想이다. 그 너머가 업그레이드되었다. 세상 너머에는 가보지 못한 곳이 전부이니 짐을 꾸려 여행을 다니게도 된다. 설레는 의문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만든다.

먼데를 그리워하며 동경하다보니 북반구를 건너서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게 되는 기회도 있었다. 아마도 운명이 무의식을 잠재한 것인지 천운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마음이 먼저 앞서가는 것을 느낀다. 너머는 내게 유토피아를 그리게 만드는 신비한 단어다. 현실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그런 것들이 너머에는 있다.

생각 너머를 생각하려 하고 의식 너머 무의식을 의식하려 애쓰며 무언가의 볼 수 없는 세상을 그리워하며 산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804608

혜윰 은둔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0.0 | 네티즌리뷰 1

저자 임금희| |2021.01.01

페이지 250|IS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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