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 - 임금희 - 잡을 수 없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 너머에 숨어있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이 보인다. 아파트에 막혀서 조금만 보이지만 도시에서 보는 귀중한 산이다. 막연한 생각과 이상을 심어주는 산이다. 저 산 너머는 어떤 모습이며 누가 살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머에는 있다. 또 서향집이다 보니 매일 넘어가는 해를 본다. 해는 도시의 아파트 위에서 두루 비추다가 저녁때가 되면 산 너머로 꼬박꼬박 넘어간다. 너머는 해를 가두고 낮을 가둔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언덕 너머에 있었다. 읍내에서 신작로를 따라 한참 가다가 에움길을 돌아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동네가 보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집들이 좋았다. 헐떡거리며 고개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아래를 바라보면 연기처럼 꿈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