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연등
하얀 연등 앞마당 위로 하얀 연등이 그득하다. 압도할 것 같은 길상사의 육중한 문을 들어서니 흡사 무릉도원이다. 눈을 떼지 못하고 천천히 걸었다. 하얀 연등이 아름다운 영혼의 분신처럼 달려있다. 진도 앞바다 여객선 사고로 숨진 학생들이 생각나 걸음을 멈췄다. 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바다밑바닥에 잠겨있는데 마치 유체 이탈한 혼과도 같이 하늘위에서 내려다본다. 얼마나 많은 염원을 담고 저 하늘높이 달렸을까. 이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해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등은 하늘을 메웠다. 알록달록하고 오색찬란한 색과 흰색의 연등까지 빼곡하게 달려있는데 눈은 자꾸 하얀 연등을 해바라기하고 있으니……. 부처님 오신 날을 몇 주 앞두고 절은 부산스러움이 있지만 내면은 차분한 느낌이다. 고즈넉하고 달뜬 분위기가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