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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해 하늘을 보다

청양의 해 하늘을 보다 ​ 임 금 희 ​청마를 떠나보내고 양의 해를 맞이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지나간 다음에 되짚어보게 된다. 이맘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하나의 의식처럼 되어 버렸다. 밖을 나오니 차가운 밤공기가 싸하니 몰려오면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도시의 밤은 별보다 불빛이 휘황하지만 짙푸른 겨울 하늘 멀리 별들이 보인다. 소름처럼 돋는 별들 가운데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들이 있다. 그런 별들의 존재처럼 뛰어난 사람도 부럽지만 여기까지 온 지금의 나 자신도 대견하다. 나는 어떤 존재로 지난해를 보냈을까. 주부의 위치에서 가족들을 챙기고 조용히 글을 쓰며 만족하며 살았던가. ​ 얼마 전 명동성당을 갔다. 을미년 새해를 나름 뜻있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전에는 가족이 다 같이 정동진에서 일출을 ..

변신을 꿈꾸다

변신을 꿈꾸다​ ​ ​ - 임 금 희 - ​ ​ 집으로 들어오는 작은애의 몸에서 서늘하고 눅눅한 나무냄새가 난다. 지구과학이 전공인 작은애는 지층을 탐사하고 암석을 조사하러 산으로 들로 야외실습을 간다. 모자도 벗지 않은 채로 커다란 배낭을 내려놓더니 부스럭거리며 그 안에서 대봉 한 개를 꺼내놓았다. 남쪽지방 산기슭에서 수백 킬로를 달려온 대봉 한 개가 식탁위에 놓였다. 고고해 보이는 폼이 예사로운 감이 아니다. 태어난 나무에서 독립하고 낯선 곳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인데도 사뭇 당당해 보인다. 코끝을 세우고 도도한 모습으로 식탁위의 대봉은 크기를 자랑하며 고개를 들고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둘러보는 듯 보인다. 대봉 하나에 마음을 빼앗겨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아이도 이 대봉을 처음 보았을 때 눈을 사로..